바람난 선녀
나무꾼인지 옥황상제인지는 모르겠지만 후려치고 싶을만큼 뺀질거리는 남자에게 그만 날개옷을 빼앗겼다!
“아직은 선녀님 몸에 흥미가 있지만 곧 그것도 시들해질 것 같아. 솔직히 섹스하면서 자꾸 다른 생각이 나더라고. 딴 여자와 하면 어떨까 하는 그런 생각.”
울지 마. 화내지 마. 더 이상 초라해지지 마. 이 남자에게 이런 대접을 받은 것에 절망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지 마.
“그럼 우리 계약은 끝난 거네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했다. 뒤늦게 애걸복걸 빌었지만 요지부동의 선녀.
“내가 그런 상처를 입고도 쉽게 용서할 것 같아? 어림없어.”
빌어도 안 되고 달래도 안 된다. 죽어도 결혼하고 싶은데 어떤 프러포즈도 다 패스.
해리야, 네가 좀 도와다오.
도훈의 해리를 이용한 기상천외한 프러포즈.
“엎드려 기어도 좋습니다. 그저 당신 옆으로만 가게 해 주세요.”
해리가 죽죽 네 발로 배를 밀며 선녀의 발 근처로 다가갔다.
“평생 당신을 위해 꼬리 흔들고…….”
자, 이만큼 흔들면 될 거야.
“당신의 발밑에서 잠들고…….”
발랑 누워 자는 척 눈을 감았다.
“당신에게 했던 잘못을 사죄하면서 평생을 살아갈 테니 …….”
해리는 다시 엎드려서 앞발을 모았다.
“제발 결혼해 주세요.”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979-11-0401-9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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