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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하게 나를 노리는 친구아들놈과 그 아비. 그 친구놈은 내 아들에게 비열한 제의를 해왔으니… [미리보기] 제1장 그놈의 더러운 손길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가장 사랑하고 보석처럼 아끼는 외아들인 연수가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윤정은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노곤한 몸을 달래주던 단잠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속된 말로 그녀는 지금 뚜껑이 완전히 열려 있었다. 꿀맛처럼 달콤했던 휴식의 여운이 완전히 사라진 피곤한 전신 곳곳에 흉측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불쾌감으로 어쩔 줄을 몰랐다. 윤정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 몸을 벌떡 일으켜 누군가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열린 문 밖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빠른 손놀림으로 치마를 들쳐 올린 후, 손을 아래로 뻗어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를 더듬었다. “서, 설마…….” 불길한 예감으로 인해 허둥거리던 손바닥이 허벅지 안쪽을 더듬어 올라가면 갈수록 자신에게 불쾌감을 안겨주었던 무언가를 찾기 위한 손길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불쾌감의 잔재가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곳이 바로 그곳이었던 것이다. 조금 전에 무언가 뭉툭하고 뜨겁고 단단한 이물질의 마찰감이 느껴지던 곳. 처음에는 자신의 몸이 하도 피곤해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이 현실인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강력한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만 같이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치켜뜬 눈동자에 처음 들어온 것은 더러움으로 얼룩져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천장이었다. 그런데 그때 이상야릇한 소리가 들렸다. “으으으…… .” 자신의 다리 아래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짐승이 낮게 헐떡거리는 듯 낯선 누군가의 신음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치맛자락이 조심스럽게 뒤척이는 소리에도 그녀는 곧바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마치 귓속을 계속 울리는 이명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낀 윤정은 눈을 뜨려다가 도로 눈을 감고 말았다. 어제 저녁 무렵부터 오늘 동이 틀 아침까지 일해야만 했던 그녀는 너무 피곤했던 것이다. 아들 연수는 물론이고 자신이 생활을 영위해야만 하는 윤정으로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만 했기 때문에 이웃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소개받아 그녀는 24시, 하루 종일 영업하는 식당일을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았다. 그렇게 고된 노동은 이제 사십이 갓 넘은 그녀의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쭉 뻗어버린 윤정은 죽은 듯이 잠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얼마나 깊은 잠 속에 빠져들었던 것일까. 얼마나 죽음처럼 깊은 잠을 잤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윤정은 누군가 자신의 사타구니 안쪽을 더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조금씩 의식을 회복했다. 그녀가 젖은 솜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뜨자마자 윤정이 잠에서 깼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린 누군가가 후다닥 몸을 일으키더니 잽싸게 방을 빠져 나가는 것이었다. 잠에서 덜 깨 꿈을 꾸는 듯 윤정의 흐리멍덩한 눈동자에 들어온 것은 전광석화처럼 도망치는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비몽사몽간에도 윤정은 도둑놈처럼 몰래 들어와 자신의 몸을 더듬고 도망친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저런 거구의 몸을 가진 남자는 이 동네에서 몇 안 되는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비겁하게 자신이 잠든 틈을 이용해 유린하다시피 몸을 더듬다 도망간 남자는 바로 아들 연수의 친구인 정우가 틀림없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오늘로서 벌써 두 번째였다. 처음에도 이번 상황과 거의 흡사했다. 그날도 오늘처럼 깊이 잠들어 있는 윤정의 몸을 치한처럼 몰래 더듬다가 그녀에게 발각된 정우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며 용서를 구하는 바람에 그냥 넘어갔었다. 그래서 몹쓸 짓을 한 당사자인 정우보다는 아들 연수에게 꾸지람을 주며 문단속을 단단히 상기시키는 동시에 친구에게 집 키를 함부로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런데도 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도저히 오늘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더럽고 비참한 기분을 느끼며 윤정은 자신의 허벅지 안쪽을 조심스럽게 더듬다가 그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무언가 이상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곳에서 색다른 느낌이 감지된 탓이었다. 손가락 끝에 닿은 끈적거림에 윤정은 화들짝 놀랐다. 혹시나 그 이물질이 남자의 정액이 아닐까 하는 불길한 기분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손가락으로 훑어보았다. 하지만 정액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윤정은 잠시 가라앉았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남자가 흥분하면 조금씩 몸 밖으로 새어나오는 어떤 물기 같은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윤정은 분노 때문에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었다.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던 거였다. 만약 자신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더라면……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이로서 방금 전에 이 방에서 일어났던 일이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망연자실한 기분이 되어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발목까지 덮여 내려오는 긴 치마를 둘둘 말고 선 상태에서 윤정은 주춤거리며 화장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전신거울 앞에 정면으로 섰다. 고개를 숙여 자신의 아랫도리를 확인하기 어려운 탓에 거울 앞에 선 것이었다. 팬티가 조금 아래로 내려가 함부로 흐트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개놈의 새끼!” 전신거울로 아랫도리를 슬며시 내려다보고나서 그녀는 걷잡을 수 없는 화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윤정은 또 한 번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휴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녀는 흐트러진 팬티를 두 손으로 추슬렀다. 그런데 끌어올렸진 팬티가 막상 맨살에 닿자마자 윤정은 놀란 자라목처럼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닭살이 돋을 만큼 소름이 끼친 그녀는 끌어올린 팬티를 다시 밑으로 황급히 까 내렸다. 그리고 팬티 한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팬티의 정 중앙이 축축이 젖어있었다. 손가락 끝에 닿은 감촉이 이번에도 남자의 정액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못내 찜찜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물질은 자신의 사타구니의 은밀한 부분에서 흘러나온 것이 틀림없었다. 도대체 자신이 잠들고 있는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스물 살도 안 된 건장한 청년이면 당연히 샘물 솟듯 솟아오르는 성욕을 윤정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 오늘처럼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에도 군말 없이 넘어갔던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두 번 씩이나 친구 엄마인 내게 이런 몹쓸 짓을 할 수는 없었다. 이건 완전히 정신이 나간 변태나 저지를 수 있는 파렴치한 일이었다.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다가는 정말 나중에 사단이 나도 단단히 날 게 틀림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짐승 같은 새끼였고, 개 같은 자식이었다. 그녀는 전신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바람에 안면 홍조증에 걸린 사람처럼 얼굴이 벌게져 있는 상태였다. 한때는 길을 걸어가다 마주친 남자들이 한번쯤 고개를 다시 돌려 쳐다볼 만큼 아름다웠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그 아름다웠던 얼굴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탓에 조금씩 퇴색되어 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사람이야 나이를 먹으면 늙는 것은 당연했고 그보다는 자신이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아들 연수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을 옆에서 바라보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낙이었다. 하지만 금지옥엽처럼 키운 아들이 요즘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그 바램은 이미 한참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할 것이었다. 낙담은 물론이거니와 아들로 인해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허탈감을 여러 번 맛 본 윤정이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원래 천성이 착하기 그지없는 아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게 다 망할 놈의 정우 그 자식 때문이었다. 착하디착한 아들 연수를 망가트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친구 엄마의 몸뚱이까지 넘보는…… 이런 더러운 인간말종이 다 있단 말인가! 정작부터 인간이기를 포기한 놈이었다. 어쨌거나 오늘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매만지고 나서 윤정은 서둘러 집을 나섰다. 도무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던 무더위의 기세가 한 풀 꺾여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즈음이었다. 집이 있는 골목을 벗어나 윤정은 잰걸음으로 길가를 걸었다. 그녀가 매일 지나치는 길이었지만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 동네였다. 오랫동안 빈곤을 면치 못한 가난한 거리는 날이 갈수록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고 생판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다리 건너 마을이 신도시 개발 붐을 타면서 그녀가 사는 동네도 덩달아 시끌벅적했다. P시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지만 쪼들리게 사는 윤정이 자신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서둘러 남주네 집에 가기 위해서 지름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지름길로 가려면 싫어도 소문난 명성 탓에 지리적으로 가깝지 않은 서울에서도 남자들이 우르르 떼거리로 몰려 원정을 온다는 사창가를 지나쳐야 했다. 불야성을 이루는 시간대가 아니지만 낮에도 영업을 하는 아가씨들이 있는 모양인지라 윤정은 시선을 아래에 꽃은 채, 발길을 급히 재촉했다. 사창가가 끝나는 골목을 끼고 조금 더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그곳이 그녀가 가고자하는 목적지인 남주네 집이었다. 막상 그 집 대문이 보이자 당당하게 걸어왔던 윤정은 한 풀 기세가 꺾이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대문 앞에서 입술을 꼭 깨물고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대문을 슬그머니 열었다. “끼익!” 녹이 슬고 헐거워진 대문이 힘겹게 열리면서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에 이맛살을 찌푸리며 윤정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안에 들어섰다. “어? 아줌마!” 밝고 쾌활한 목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마당 한 구석에서 윤정을 발견한 남주가 빨래를 널다가 반갑게 소리를 질렀다. 남주는 윤정의 절친한 친구인 은숙이의 딸이었다. “아! 나, 남주야. 너, 집에 있었구나?” “네에. 아줌마. 그런데 우리 집에는 어쩐 일이세요? 한낮에.” “으응…….” 뭐라고 딱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 망설이고 있는 그때, 닫혀있던 방문이 열리면서 이 집의 개망나니 같은 아들놈인 정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전에 윤정의 집에서 몹쓸 짓을 저질러놓고 어느 틈엔가 집으로 도망쳐온 게 틀림없었다. 정우의 얼굴을 대면하는 순간, 아까 집에서의 불쾌 했던 기억이 떠올라 윤정은 그를 노려보았다. 윤정의 날카롭게 째려보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우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거기다가 만면에 웃음까지 머금으면서 흉물을 떨어댔다. “어휴, 오랜만이네요.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아줌마.” 오랜만이라니! 방금 전, 집에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기어들어와 잠든 자신의 아랫도리를 함부로 유린하고 도망친 놈이 건네는 인사말을 듣고 윤정은 그 뻔뻔스러운 낯짝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역겨워 속에서 구토가 이는 기분이었다. 윤정은 할 말을 잃고 말없이 정우를 노려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뛰어 놀라가 저 두꺼운 낯짝에 싸대기를 마구 갈기고 싶었다. 윤정이 한참을 자신을 응시하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정우는 다른 사람의 두 배는 될 직한 굵은 새끼손가락으로 자신의 콧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놈이 하는 짓거리를 묵묵히 바라보던 윤정은 기가 막혔다. 저 더러운 손가락으로 자신의 몸을 만졌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소름이 돋았다. 정우는 이제 윤정의 사랑스러운 외아들 연수보다 한 살 더 많은 스무 살이었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979-11-6091-6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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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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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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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집요하게 나를 노리는 친구아들놈과 그 아비. 그 친구놈은 내 아들에게 비열한 제의를 해왔으니… [미리보기] 제1장 그놈의 더러운 손길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도 가장 사랑하고 보석처럼 아끼는 외아들인 연수가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윤정은 지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노곤한 몸을 달래주던 단잠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속된 말로 그녀는 지금 뚜껑이 완전히 열려 있었다. 꿀맛처럼 달콤했던 휴식의 여운이 완전히 사라진 피곤한 전신 곳곳에 흉측한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불쾌감으로 어쩔 줄을 몰랐다. 윤정은 정신이 없는 와중에 몸을 벌떡 일으켜 누군가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열린 문 밖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빠른 손놀림으로 치마를 들쳐 올린 후, 손을 아래로 뻗어 자신의 사타구니 사이를 더듬었다. “서, 설마…….” 불길한 예감으로 인해 허둥거리던 손바닥이 허벅지 안쪽을 더듬어 올라가면 갈수록 자신에게 불쾌감을 안겨주었던 무언가를 찾기 위한 손길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불쾌감의 잔재가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곳이 바로 그곳이었던 것이다. 조금 전에 무언가 뭉툭하고 뜨겁고 단단한 이물질의 마찰감이 느껴지던 곳. 처음에는 자신의 몸이 하도 피곤해 방금 전에 일어났던 일이 현실인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강력한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만 같이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치켜뜬 눈동자에 처음 들어온 것은 더러움으로 얼룩져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천장이었다. 그런데 그때 이상야릇한 소리가 들렸다. “으으으…… .” 자신의 다리 아래에서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짐승이 낮게 헐떡거리는 듯 낯선 누군가의 신음소리와 함께 어우러져 치맛자락이 조심스럽게 뒤척이는 소리에도 그녀는 곧바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마치 귓속을 계속 울리는 이명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낀 윤정은 눈을 뜨려다가 도로 눈을 감고 말았다. 어제 저녁 무렵부터 오늘 동이 틀 아침까지 일해야만 했던 그녀는 너무 피곤했던 것이다. 아들 연수는 물론이고 자신이 생활을 영위해야만 하는 윤정으로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만 했기 때문에 이웃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소개받아 그녀는 24시, 하루 종일 영업하는 식당일을 나갔던 것이다. 그런데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았다. 그렇게 고된 노동은 이제 사십이 갓 넘은 그녀의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쭉 뻗어버린 윤정은 죽은 듯이 잠속에 빠져들고 말았다. 얼마나 깊은 잠 속에 빠져들었던 것일까. 얼마나 죽음처럼 깊은 잠을 잤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감지한 윤정은 누군가 자신의 사타구니 안쪽을 더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조금씩 의식을 회복했다. 그녀가 젖은 솜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뜨자마자 윤정이 잠에서 깼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린 누군가가 후다닥 몸을 일으키더니 잽싸게 방을 빠져 나가는 것이었다. 잠에서 덜 깨 꿈을 꾸는 듯 윤정의 흐리멍덩한 눈동자에 들어온 것은 전광석화처럼 도망치는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비몽사몽간에도 윤정은 도둑놈처럼 몰래 들어와 자신의 몸을 더듬고 도망친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저런 거구의 몸을 가진 남자는 이 동네에서 몇 안 되는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비겁하게 자신이 잠든 틈을 이용해 유린하다시피 몸을 더듬다 도망간 남자는 바로 아들 연수의 친구인 정우가 틀림없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오늘로서 벌써 두 번째였다. 처음에도 이번 상황과 거의 흡사했다. 그날도 오늘처럼 깊이 잠들어 있는 윤정의 몸을 치한처럼 몰래 더듬다가 그녀에게 발각된 정우가 손이 발이 되도록 빌며 용서를 구하는 바람에 그냥 넘어갔었다. 그래서 몹쓸 짓을 한 당사자인 정우보다는 아들 연수에게 꾸지람을 주며 문단속을 단단히 상기시키는 동시에 친구에게 집 키를 함부로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런데도 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도저히 오늘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더럽고 비참한 기분을 느끼며 윤정은 자신의 허벅지 안쪽을 조심스럽게 더듬다가 그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무언가 이상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곳에서 색다른 느낌이 감지된 탓이었다. 손가락 끝에 닿은 끈적거림에 윤정은 화들짝 놀랐다. 혹시나 그 이물질이 남자의 정액이 아닐까 하는 불길한 기분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손가락으로 훑어보았다. 하지만 정액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윤정은 잠시 가라앉았던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남자가 흥분하면 조금씩 몸 밖으로 새어나오는 어떤 물기 같은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윤정은 분노 때문에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었다.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던 거였다. 만약 자신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더라면……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이로서 방금 전에 이 방에서 일어났던 일이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는 사실에 그녀는 망연자실한 기분이 되어 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발목까지 덮여 내려오는 긴 치마를 둘둘 말고 선 상태에서 윤정은 주춤거리며 화장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전신거울 앞에 정면으로 섰다. 고개를 숙여 자신의 아랫도리를 확인하기 어려운 탓에 거울 앞에 선 것이었다. 팬티가 조금 아래로 내려가 함부로 흐트러져 있는 모습이었다. “개놈의 새끼!” 전신거울로 아랫도리를 슬며시 내려다보고나서 그녀는 걷잡을 수 없는 화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윤정은 또 한 번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휴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그녀는 흐트러진 팬티를 두 손으로 추슬렀다. 그런데 끌어올렸진 팬티가 막상 맨살에 닿자마자 윤정은 놀란 자라목처럼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닭살이 돋을 만큼 소름이 끼친 그녀는 끌어올린 팬티를 다시 밑으로 황급히 까 내렸다. 그리고 팬티 한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팬티의 정 중앙이 축축이 젖어있었다. 손가락 끝에 닿은 감촉이 이번에도 남자의 정액은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못내 찜찜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물질은 자신의 사타구니의 은밀한 부분에서 흘러나온 것이 틀림없었다. 도대체 자신이 잠들고 있는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스물 살도 안 된 건장한 청년이면 당연히 샘물 솟듯 솟아오르는 성욕을 윤정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처음 오늘처럼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에도 군말 없이 넘어갔던 것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두 번 씩이나 친구 엄마인 내게 이런 몹쓸 짓을 할 수는 없었다. 이건 완전히 정신이 나간 변태나 저지를 수 있는 파렴치한 일이었다.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다가는 정말 나중에 사단이 나도 단단히 날 게 틀림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짐승 같은 새끼였고, 개 같은 자식이었다. 그녀는 전신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바람에 안면 홍조증에 걸린 사람처럼 얼굴이 벌게져 있는 상태였다. 한때는 길을 걸어가다 마주친 남자들이 한번쯤 고개를 다시 돌려 쳐다볼 만큼 아름다웠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그 아름다웠던 얼굴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탓에 조금씩 퇴색되어 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사람이야 나이를 먹으면 늙는 것은 당연했고 그보다는 자신이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아들 연수가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을 옆에서 바라보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낙이었다. 하지만 금지옥엽처럼 키운 아들이 요즘 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그 바램은 이미 한참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할 것이었다. 낙담은 물론이거니와 아들로 인해 하늘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허탈감을 여러 번 맛 본 윤정이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원래 천성이 착하기 그지없는 아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게 다 망할 놈의 정우 그 자식 때문이었다. 착하디착한 아들 연수를 망가트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친구 엄마의 몸뚱이까지 넘보는…… 이런 더러운 인간말종이 다 있단 말인가! 정작부터 인간이기를 포기한 놈이었다. 어쨌거나 오늘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흐트러진 머리를 손으로 대충 매만지고 나서 윤정은 서둘러 집을 나섰다. 도무지 꿈쩍도 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던 무더위의 기세가 한 풀 꺾여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즈음이었다. 집이 있는 골목을 벗어나 윤정은 잰걸음으로 길가를 걸었다. 그녀가 매일 지나치는 길이었지만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 동네였다. 오랫동안 빈곤을 면치 못한 가난한 거리는 날이 갈수록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고 생판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다리 건너 마을이 신도시 개발 붐을 타면서 그녀가 사는 동네도 덩달아 시끌벅적했다. P시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지만 쪼들리게 사는 윤정이 자신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서둘러 남주네 집에 가기 위해서 지름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지름길로 가려면 싫어도 소문난 명성 탓에 지리적으로 가깝지 않은 서울에서도 남자들이 우르르 떼거리로 몰려 원정을 온다는 사창가를 지나쳐야 했다. 불야성을 이루는 시간대가 아니지만 낮에도 영업을 하는 아가씨들이 있는 모양인지라 윤정은 시선을 아래에 꽃은 채, 발길을 급히 재촉했다. 사창가가 끝나는 골목을 끼고 조금 더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그곳이 그녀가 가고자하는 목적지인 남주네 집이었다. 막상 그 집 대문이 보이자 당당하게 걸어왔던 윤정은 한 풀 기세가 꺾이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대문 앞에서 입술을 꼭 깨물고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대문을 슬그머니 열었다. “끼익!” 녹이 슬고 헐거워진 대문이 힘겹게 열리면서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에 이맛살을 찌푸리며 윤정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안에 들어섰다. “어? 아줌마!” 밝고 쾌활한 목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마당 한 구석에서 윤정을 발견한 남주가 빨래를 널다가 반갑게 소리를 질렀다. 남주는 윤정의 절친한 친구인 은숙이의 딸이었다. “아! 나, 남주야. 너, 집에 있었구나?” “네에. 아줌마. 그런데 우리 집에는 어쩐 일이세요? 한낮에.” “으응…….” 뭐라고 딱히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 망설이고 있는 그때, 닫혀있던 방문이 열리면서 이 집의 개망나니 같은 아들놈인 정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금 전에 윤정의 집에서 몹쓸 짓을 저질러놓고 어느 틈엔가 집으로 도망쳐온 게 틀림없었다. 정우의 얼굴을 대면하는 순간, 아까 집에서의 불쾌 했던 기억이 떠올라 윤정은 그를 노려보았다. 윤정의 날카롭게 째려보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우는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거기다가 만면에 웃음까지 머금으면서 흉물을 떨어댔다. “어휴, 오랜만이네요. 그 동안 잘 지내셨어요? 아줌마.” 오랜만이라니! 방금 전, 집에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기어들어와 잠든 자신의 아랫도리를 함부로 유린하고 도망친 놈이 건네는 인사말을 듣고 윤정은 그 뻔뻔스러운 낯짝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역겨워 속에서 구토가 이는 기분이었다. 윤정은 할 말을 잃고 말없이 정우를 노려보았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뛰어 놀라가 저 두꺼운 낯짝에 싸대기를 마구 갈기고 싶었다. 윤정이 한참을 자신을 응시하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정우는 다른 사람의 두 배는 될 직한 굵은 새끼손가락으로 자신의 콧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놈이 하는 짓거리를 묵묵히 바라보던 윤정은 기가 막혔다. 저 더러운 손가락으로 자신의 몸을 만졌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소름이 돋았다. 정우는 이제 윤정의 사랑스러운 외아들 연수보다 한 살 더 많은 스무 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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