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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음탕한 자매님

오! 나의 음탕한 자매님

금남의 집에 기거하는 그 남자와 음탕한 여자들의 섹스스캔들! [미리보기] 오! 나의 음탕한 자매님! 1화 “으! 미치겠다. 왜 다들 울고 난리야?” 가관이었다. 50여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죄다 집단 최면에 빠져 있었다. A4용지에 뭔가를 부지런히 적으면서, 그것도 모자라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동아리 회장님! 불과 이십 여분 전 까지만 해도 재래시장처럼 생기발랄했던 분위기를 한순간에 울음바다로 만들어버리다니 대단한 능력이십니다. 김 장후 목사!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교회의 목사이며 종교를 떠나 공중파에 출연할 정도로 그는 유명하다. 동아리 회장은 바로 김장후 목사의 아들이었는데 회장은 아버지 김 목사의 ‘바람 한 점 없는 장풍으로 사람들을 쓰러뜨리는 법’을 고스란히 전수받았음이 틀림없었다. 동아리 회원들은 회장이 입만 열어도 간달프 앞의 오크들처럼 ‘주여!’를 외치며 쓰러지곤 했으니까. 뭐, 나만 죽을 맛이었다. 회장의 수려한 말빨에 다들 쓰러지는 동안 나 혼자 마법이 통하지 않는 신종 오크처럼 내내 뻘쭘하게 굳어 있었다. 어쨌든 회장의 돌발 행동만 아니었어도 비록 따분한 기독교 동아리의 수련회라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별안간 회장이 분위기를 잡더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질렀던 자기 죄와 회개내용 적기’ 라는, 재작년에 이미 사라져버렸다는 프로그램을 부활시킨 것이다. 회장은 느끼함과 근엄함을 적절하게 버무린 표정으로 수십 명의 어린양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애영이 누나를 비롯한 그녀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그녀들은 모두 눈물 콧물을 쏟아내고 훔쳐내느라 예쁜 얼굴들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은근히 신경 쓰였다. 그녀들은 우리 아빠의 소유로 된 5층짜리 원룸건물에서 방 하나씩을 차지하며 살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 불과 십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우리 원룸건물은 기독교를 믿는 학생들 사이에선 인기가 최고다. 다른 원룸보다 방값이 절반이상 싼 탓이다. 단, 우리 원룸에 입주를 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하나, 기독교 동아리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둘, 절대로 남자를 원룸에 데리고 오면 안 된다. 셋, 여학생이어야 한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우리 원룸에 사는 여자들은 기가 질릴 정도로 예쁘다. 글쎄,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예쁜 건지 한 사람 한 사람 정확하게 집어서 말하기가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보통의 여자들에게선 찾기 힘든 매력을 그녀들은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여자들을 유리컵이라고 치면 우리 원룸에 사는 여자들은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컵이라고 보면 될까? 아마도 크리스털이 고결한 느낌을 주는 탓일 것이다. 여학생뿐만 아니라 아줌마도 몇 있는데 그녀들 역시 알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뭐랄까, 표면적으론 신앙적인 도덕으로 똘똘 뭉쳐있긴 하지만 한편으론 오히려 그런 것 때문에 뭔가 견디고 있는 것 같은? 어쨌든 원룸건물에 사는 여자들이 죄다 예쁜 건 미인을 밝히는 우리 아빠가 면접을 봤던 탓인데, 아빠의 말씀인 즉, 원래 예쁘게 생긴 여자들의 신앙심이 훨씬 더 깊다고 한다. 그렇듯 도덕과 아름다움을 두루 갖춘 여자들만 사는 건물이다 보니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서로 싸운 적이 없다. 동네에 사는 어떤 아줌마는 우리 건물만 봐도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나는 그 건물에서 사는 것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다. 건물의 그러한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더욱 나약해졌고 심지어는 성격도 내성적으로 변한 것 같다. 오로지 남자라곤 나 혼자밖에 없어서 그런가? 얼마 후 동아리 회장이 종이에 적는 걸 마무리 지으라고 했고 우리들은 곧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수련회의 마지막 날이었고 그래서 캠프파이어가 피날레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회장은 죄를 적은 종이들을 아직 버리지 말라고 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아무것도 쓰지 않은 백지를 그대로 접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모두들 눈물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애영이 누나가 가장 짠했다. 나는 누나에게 다가갔다. “애영이 누나, 괜찮아?” 누난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은비가 내 옆으로 오더니 입을 쭉 내밀며 말했다. 은비는 나랑 동갑내기다. “넌 하나도 죄 지은 게 없나보네? 얼굴이 말짱하잖아?”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착하게 살았는데!” “피!” 굵은 물소리가 들려왔다. 어느덧 강가였다. 깜깜한 밤이었지만 어디에서 빛을 가져온 건지 강은 물비늘을 일으키고 있었다. 회장을 따라간 곳엔 묵직한 장작들이 높게 쌓여 있었다. 그 장작더미 옆엔 사람크기보다 조금 더 큰 나무십자가가 굳건하게 땅에 박혀 있었다. 예수가 실제로 짊어지었던 십자가 사이즈와 같다고 했다. 우린 장작과 십자가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앉았다. 회장이 휘발유를 통째로 가져오더니 장작에 아낌없이 뿌렸다. 그 사이 몇몇 선배 누나들은 우리에게 조그만 양초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나는 누나들과 함께 촛불을 밝혔고 회장은 또 그놈의 지겨운 기도를 올렸다. 나는 목을 밑으로 떨어뜨렸다. “아 뜨거!” 멋모르고 고갤 떨어뜨렸다가 이마에 불붙는 줄 알았다. 은비가 킥킥거렸다. 몇 분 후, 길었던 기도가 끝났을 때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더니 열기가 솟구쳤다. 장작에 불이 붙어 있었다. 애영이 누나가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아휴, 뜨거워!” 애영이 누나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뒤로 물렀다. 회장이 소릴 질렀다. “아까 방안에서 각자의 죄를 적은 종이들을 저 장작에 던져버리십시오. 그리하면 형제자매님들이 지은 지금까지의 모든 죄들이 주님이름으로 사하여 질 것입니다.” 그제야 종이를 버리지 말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조그맣게 접혀진 종이들이 불타는 허공으로 휙휙 날아갔다. 하지만 대부분은 남자들이 던진 종이였다. 여자들은 차마 던지질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남자들보다 팔 힘이 약한데다가 장작의 화기를 견디질 못한 탓이었다. 우리 원룸에 사는 누나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누나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누나들, 나한테 줘! 내가 몽땅 던져버릴 테니까!” 애영이 누나와 연이 누나는 미안한 표정이 되어 내게 종이를 맡겼다. 다른 누나들도 차근차근 다 맡겼다. 모두 쪽지형식으로 조그맣게 접혀 있었다. 제일 마지막에 맡긴 사람은 다미 누나였다. 그런데 다미누나는 다른 누나들과는 달리 성질 고약한 할아버지처럼 눈을 잔뜩 부라렸다. “야! 하장준! 너 확실하게 던져야 해! 혹시 안 버리고 갖고 있다가 훔쳐보면 너 죽을 줄 알아!”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말라고 했지만 별안간 내 머릿속의 뇌는 일곱 장의 종이를 다 빼돌릴 궁리를 위해 컴퓨터의 하드처럼 핑핑 돌아가고 있었다. “!” 짧은 순간 뭔가가 떠올랐다. 나는 우선 호주머니에서 백지를 꺼냈다. 그리고 누나들이 보는 데서 일곱 장의 쪽지들을 백지 위에 올려놓곤 상추쌈을 하듯 꽉꽉 쌌다. 나는 그걸 들고 불 가까이 접근했다.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퐈르르르!” 이제부터 잘해야 한다. 나는 누나들의 종이를 던지는 척 하다가 일부러 넘어졌다. 여기저기서 큰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어우, 조심해!” “꺄아악!” 나는 땅에서 일어나기 전, 내가 봐둔 쪽지를 얼른 왼손으로 집어 들었다. 한 사람의 죄가 가득 적혀 있었지만 불속에 차마 들어가지 못한 가련한 종이였다. 나는 오른손에 있던 누나들의 종이와 방금 주운 종이를 바꿔치기했다. 터질 것 같은 심장, 그리고 타오르는 장작의 열기 때문에 죽을 맛이었지만 나는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몸을 일으킨 후 오른손에 들려있던 쪽지를 불에 휙 던졌다. 동시에 왼손에 있던 누나들의 종이를 호주머니에 깊숙이 쑤셔 넣었다. 두려움과 흥분으로 인해 머리꼭지가 핑 돌 것만 같았다. 도대체 죄라고는 한 점도 없을 것 같은 일곱 여자들…… 오로지 글을 쓴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비밀 종이를 내가 고스란히 갖게 되었다는 사실은 날 자꾸만 흥분의 절벽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영이 누나는 나 때문에 죽을상을 쓰고 있었다. “장준아! 많이 안 다쳤어? 조심 좀 하지!” “괜찮아 누나! 뭐 이까이꺼 가지고!” 잠시 후 회장이 또 마지막 기도를 함께 올리자고 했다. 나는 기분 좋게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기도였지만 별로 지루하진 않았다. 마침내 모든 프로그램이 다 끝이 났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다들 신이 났다. 사실 술만 안 마셨다 뿐이지 이들 또한 놀고 싶은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대학생들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다들 게임을 하거나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지긋지긋한 이곳을 어서 빠져나가, 한시바삐 누나들의 죄목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오늘 하룻밤만 참으면 될 것이다. 이곳이라고 해서 종이 몇 장을 맘껏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내 방에서 차분하게 보고 싶었다. 나는 새벽 늦게야 잠이 들었다. “야! 하장준! 니가 젤 늦잠 잔 거 알아?” 다미누나의 목소리에 아침잠이 깨었고 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호주머니부터 만져보았다. “휴우우!” 다행히도 호주머니는 여전히 불룩했다. 나는 대충 씻고 떠날 준비를 했다. 두어 시간 뒤 우릴 태운 버스는 강촌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979-11-6091-6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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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음탕한 자매님

오! 나의 음탕한 자매님

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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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의 집에 기거하는 그 남자와 음탕한 여자들의 섹스스캔들! [미리보기] 오! 나의 음탕한 자매님! 1화 “으! 미치겠다. 왜 다들 울고 난리야?” 가관이었다. 50여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죄다 집단 최면에 빠져 있었다. A4용지에 뭔가를 부지런히 적으면서, 그것도 모자라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동아리 회장님! 불과 이십 여분 전 까지만 해도 재래시장처럼 생기발랄했던 분위기를 한순간에 울음바다로 만들어버리다니 대단한 능력이십니다. 김 장후 목사!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교회의 목사이며 종교를 떠나 공중파에 출연할 정도로 그는 유명하다. 동아리 회장은 바로 김장후 목사의 아들이었는데 회장은 아버지 김 목사의 ‘바람 한 점 없는 장풍으로 사람들을 쓰러뜨리는 법’을 고스란히 전수받았음이 틀림없었다. 동아리 회원들은 회장이 입만 열어도 간달프 앞의 오크들처럼 ‘주여!’를 외치며 쓰러지곤 했으니까. 뭐, 나만 죽을 맛이었다. 회장의 수려한 말빨에 다들 쓰러지는 동안 나 혼자 마법이 통하지 않는 신종 오크처럼 내내 뻘쭘하게 굳어 있었다. 어쨌든 회장의 돌발 행동만 아니었어도 비록 따분한 기독교 동아리의 수련회라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했을 것이다. 하지만 별안간 회장이 분위기를 잡더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저질렀던 자기 죄와 회개내용 적기’ 라는, 재작년에 이미 사라져버렸다는 프로그램을 부활시킨 것이다. 회장은 느끼함과 근엄함을 적절하게 버무린 표정으로 수십 명의 어린양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애영이 누나를 비롯한 그녀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그녀들은 모두 눈물 콧물을 쏟아내고 훔쳐내느라 예쁜 얼굴들이 퉁퉁 부어 있었다. 은근히 신경 쓰였다. 그녀들은 우리 아빠의 소유로 된 5층짜리 원룸건물에서 방 하나씩을 차지하며 살고 있다. 우리 학교에서 불과 십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우리 원룸건물은 기독교를 믿는 학생들 사이에선 인기가 최고다. 다른 원룸보다 방값이 절반이상 싼 탓이다. 단, 우리 원룸에 입주를 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하나, 기독교 동아리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둘, 절대로 남자를 원룸에 데리고 오면 안 된다. 셋, 여학생이어야 한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우리 원룸에 사는 여자들은 기가 질릴 정도로 예쁘다. 글쎄, 구체적으로 어디가 어떻게 예쁜 건지 한 사람 한 사람 정확하게 집어서 말하기가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보통의 여자들에게선 찾기 힘든 매력을 그녀들은 가지고 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여자들을 유리컵이라고 치면 우리 원룸에 사는 여자들은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컵이라고 보면 될까? 아마도 크리스털이 고결한 느낌을 주는 탓일 것이다. 여학생뿐만 아니라 아줌마도 몇 있는데 그녀들 역시 알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뭐랄까, 표면적으론 신앙적인 도덕으로 똘똘 뭉쳐있긴 하지만 한편으론 오히려 그런 것 때문에 뭔가 견디고 있는 것 같은? 어쨌든 원룸건물에 사는 여자들이 죄다 예쁜 건 미인을 밝히는 우리 아빠가 면접을 봤던 탓인데, 아빠의 말씀인 즉, 원래 예쁘게 생긴 여자들의 신앙심이 훨씬 더 깊다고 한다. 그렇듯 도덕과 아름다움을 두루 갖춘 여자들만 사는 건물이다 보니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서로 싸운 적이 없다. 동네에 사는 어떤 아줌마는 우리 건물만 봐도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나는 그 건물에서 사는 것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니다. 건물의 그러한 분위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는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더욱 나약해졌고 심지어는 성격도 내성적으로 변한 것 같다. 오로지 남자라곤 나 혼자밖에 없어서 그런가? 얼마 후 동아리 회장이 종이에 적는 걸 마무리 지으라고 했고 우리들은 곧 밖으로 나갔다. 오늘은 수련회의 마지막 날이었고 그래서 캠프파이어가 피날레로 남아있었다. 그런데 회장은 죄를 적은 종이들을 아직 버리지 말라고 했다. 나는 영문도 모른 채 아무것도 쓰지 않은 백지를 그대로 접어 호주머니에 넣었다. 모두들 눈물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애영이 누나가 가장 짠했다. 나는 누나에게 다가갔다. “애영이 누나, 괜찮아?” 누난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은비가 내 옆으로 오더니 입을 쭉 내밀며 말했다. 은비는 나랑 동갑내기다. “넌 하나도 죄 지은 게 없나보네? 얼굴이 말짱하잖아?” “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착하게 살았는데!” “피!” 굵은 물소리가 들려왔다. 어느덧 강가였다. 깜깜한 밤이었지만 어디에서 빛을 가져온 건지 강은 물비늘을 일으키고 있었다. 회장을 따라간 곳엔 묵직한 장작들이 높게 쌓여 있었다. 그 장작더미 옆엔 사람크기보다 조금 더 큰 나무십자가가 굳건하게 땅에 박혀 있었다. 예수가 실제로 짊어지었던 십자가 사이즈와 같다고 했다. 우린 장작과 십자가를 중심으로 둥글게 모여 앉았다. 회장이 휘발유를 통째로 가져오더니 장작에 아낌없이 뿌렸다. 그 사이 몇몇 선배 누나들은 우리에게 조그만 양초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나는 누나들과 함께 촛불을 밝혔고 회장은 또 그놈의 지겨운 기도를 올렸다. 나는 목을 밑으로 떨어뜨렸다. “아 뜨거!” 멋모르고 고갤 떨어뜨렸다가 이마에 불붙는 줄 알았다. 은비가 킥킥거렸다. 몇 분 후, 길었던 기도가 끝났을 때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더니 열기가 솟구쳤다. 장작에 불이 붙어 있었다. 애영이 누나가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아휴, 뜨거워!” 애영이 누나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뒤로 물렀다. 회장이 소릴 질렀다. “아까 방안에서 각자의 죄를 적은 종이들을 저 장작에 던져버리십시오. 그리하면 형제자매님들이 지은 지금까지의 모든 죄들이 주님이름으로 사하여 질 것입니다.” 그제야 종이를 버리지 말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조그맣게 접혀진 종이들이 불타는 허공으로 휙휙 날아갔다. 하지만 대부분은 남자들이 던진 종이였다. 여자들은 차마 던지질 못하고 오히려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남자들보다 팔 힘이 약한데다가 장작의 화기를 견디질 못한 탓이었다. 우리 원룸에 사는 누나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누나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누나들, 나한테 줘! 내가 몽땅 던져버릴 테니까!” 애영이 누나와 연이 누나는 미안한 표정이 되어 내게 종이를 맡겼다. 다른 누나들도 차근차근 다 맡겼다. 모두 쪽지형식으로 조그맣게 접혀 있었다. 제일 마지막에 맡긴 사람은 다미 누나였다. 그런데 다미누나는 다른 누나들과는 달리 성질 고약한 할아버지처럼 눈을 잔뜩 부라렸다. “야! 하장준! 너 확실하게 던져야 해! 혹시 안 버리고 갖고 있다가 훔쳐보면 너 죽을 줄 알아!”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도 말라고 했지만 별안간 내 머릿속의 뇌는 일곱 장의 종이를 다 빼돌릴 궁리를 위해 컴퓨터의 하드처럼 핑핑 돌아가고 있었다. “!” 짧은 순간 뭔가가 떠올랐다. 나는 우선 호주머니에서 백지를 꺼냈다. 그리고 누나들이 보는 데서 일곱 장의 쪽지들을 백지 위에 올려놓곤 상추쌈을 하듯 꽉꽉 쌌다. 나는 그걸 들고 불 가까이 접근했다.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퐈르르르!” 이제부터 잘해야 한다. 나는 누나들의 종이를 던지는 척 하다가 일부러 넘어졌다. 여기저기서 큰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어우, 조심해!” “꺄아악!” 나는 땅에서 일어나기 전, 내가 봐둔 쪽지를 얼른 왼손으로 집어 들었다. 한 사람의 죄가 가득 적혀 있었지만 불속에 차마 들어가지 못한 가련한 종이였다. 나는 오른손에 있던 누나들의 종이와 방금 주운 종이를 바꿔치기했다. 터질 것 같은 심장, 그리고 타오르는 장작의 열기 때문에 죽을 맛이었지만 나는 어금니를 질끈 깨물었다. 몸을 일으킨 후 오른손에 들려있던 쪽지를 불에 휙 던졌다. 동시에 왼손에 있던 누나들의 종이를 호주머니에 깊숙이 쑤셔 넣었다. 두려움과 흥분으로 인해 머리꼭지가 핑 돌 것만 같았다. 도대체 죄라고는 한 점도 없을 것 같은 일곱 여자들…… 오로지 글을 쓴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비밀 종이를 내가 고스란히 갖게 되었다는 사실은 날 자꾸만 흥분의 절벽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영이 누나는 나 때문에 죽을상을 쓰고 있었다. “장준아! 많이 안 다쳤어? 조심 좀 하지!” “괜찮아 누나! 뭐 이까이꺼 가지고!” 잠시 후 회장이 또 마지막 기도를 함께 올리자고 했다. 나는 기분 좋게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 기도였지만 별로 지루하진 않았다. 마침내 모든 프로그램이 다 끝이 났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다들 신이 났다. 사실 술만 안 마셨다 뿐이지 이들 또한 놀고 싶은 에너지로 가득 차 있는 대학생들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다들 게임을 하거나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지긋지긋한 이곳을 어서 빠져나가, 한시바삐 누나들의 죄목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오늘 하룻밤만 참으면 될 것이다. 이곳이라고 해서 종이 몇 장을 맘껏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내 방에서 차분하게 보고 싶었다. 나는 새벽 늦게야 잠이 들었다. “야! 하장준! 니가 젤 늦잠 잔 거 알아?” 다미누나의 목소리에 아침잠이 깨었고 나는 잠에서 깨자마자 호주머니부터 만져보았다. “휴우우!” 다행히도 호주머니는 여전히 불룩했다. 나는 대충 씻고 떠날 준비를 했다. 두어 시간 뒤 우릴 태운 버스는 강촌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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