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놈은 과연
“크흠, 김바롬 씨처럼 이 일에 제격인 직원이 없어요. 내가 한눈에 보고 딱 알았다니까. 성실하고, 열정 넘치고. 어? LK 그룹의 명운을 맡기기에 딱 맞는 인재야.”
내가 LK 그룹의 명운을 맡기기에 딱 맞는 인재라고? 어딜 봐서…?
“넵,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알 게 뭐란 말인가? 무려 대 LK 그룹에서 하사한 첫 임무인데. 까라면 까면 그만이었다.
이른바 ‘그놈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바롬이 비장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요. 한 번만 자 주세요.”
“뭐?”
“한 번만… 해 주시라고요. 섹, 섹스 말입니다.”
***
“너 왜 나 안 쫓아다녀.”
“네, 네?”
“안 들려? 너 왜 나 안 쫓아다니느냐고.”
문혁이 아주 괘씸해 죽겠다는 눈으로 바롬을 노려봤다.
“한, 한 번만 자 주시면 안 쫓아다닐 거라고 말, 말씀드렸잖아요.”
“하.”
문혁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뭐하자는 거지?
바롬이 급하게 그의 의중을 파악해보려고 했지만, 당최 저 인간이 왜 이러는지 감도 오지 않았다.
“그래요. 약속 아주 잘 지키는 타입인가 보네요.”
이내 표정을 정돈한 문혁이 흐트러진 넥타이를 고쳐매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절대, 절대로 안 쫓아다니겠습니다. 아, 아시지 않나요? 그날 이후로는 저 진짜 그쪽 안 쫓아다녔어요. 약속드릴게요. 앞으로도 절대 근처에 얼씬도 안 하겠습니다. 절대, 네버.”
“그럼 한 번만 더해.”
“네?”
“네가 쑤셔달라고 할 땐 내가 쑤셔줬는데, 그 반대는 안 된다는 건가?”
문혁이 눈을 번뜩이며 바롬에게로 한 걸음 다가섰다. 바롬이 반사적으로 그만큼 발을 물렸다.
“갑, 갑자기 왜 이러시는.”
“아무래도 이건 수지가 안 맞잖아. 내가 손해 보는 장사는 절대 안 하는 사업가거든.”
문혁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뒤통수를 끌어당겨 바롬의 입술을 집어삼켰다.
아무래도 무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직감이 바롬의 뒤통수를 얼얼하게 때렸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979-11-06-103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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