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월탕♨
“사, 사장님! 팔 좀, 저기요! 시윤제 씨!”
“응… 좋아… 으응….”
“좋긴 뭐가 좋아, 변태 새끼야!”
상사의 프로젝트 표절 사건을 대신 뒤집어쓴 채 회사에서 해고당한 이혜도.
유일한 친구가 있는 대전으로 도망치듯 내려가지만, 이사 첫날 도시 가스 연결을 하지 못한 혜도는 근처에 있는 대중목욕탕인 <명월탕>으로 향하게 된다.
허름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세련된 목욕탕 내부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혜도는 바닥에 떨어뜨린 동전을 줍던 중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는 자신을 <명월탕>의 사장, 시윤제라 소개한다.
그때부터 시작된 인연은 둘을 놓아 주지 않는데…….
***
“저기요.”
도망치듯 뒷걸음질 치려는데 낮은 목소리가 들림과 함께 팔뚝이 잡혔다.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것은 우람한 핑크 텀블러를 달고 싱글싱글 웃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었다.
“예……?”
“이거, 떨어뜨리셨는데.”
남자가 가리킨 바닥에는 내 손에서 떨궈진 오백 원 동전 하나가 그의 양 발 사이에서 팽이처럼 빙빙 돌고 있었다.
이건 또 언제 떨어뜨린 거야.
“아…… 감사합니다.”
나는 남자에게 동전을 주워야 하니 잠깐 뒤로 물러나 주시라는 뉘앙스를 담아 친절한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남자의 다리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
“…….”
아니, 즈기요……!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979-11-65249-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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